회고

2022년 회고

growing.ryan 2023. 1. 16. 23:52

평소에 회고를 한다고 하면 1월부터 12월까지 시간순 타임라인으로 회고를 하는데, 그렇게 하려면 시간도 많이 걸릴뿐더러 이번에는 그만큼 에너지를 쏟고 싶지 않아서 간단하게 4가지의 키워드로 지난 1년을 회고해보려고 한다.

# 결혼

8년간 연애를 마치고 드디어 결혼을 하게 되었다. 결혼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크고 작은 어려움들이 있었지만 코로나에도 불구하고 많은 분들의 축복 가운데서 결혼식을 잘 마무리할 수 있어서 감사하다. 22년도 초에는 코로나 때문에 여러 명과 식당에서 식사를 하는 것이 어렵고, 코로나에 걸려서 결혼식에 차질이 생길까 봐 많은 걱정을 했다. 어쩔 수 없이 많은 지인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주로 모바일 청첩장으로 인사를 하고 최소한의 인원들만 신혼집에 초대해서 식사 대접을 하면서 청첩장을 돌렸던 것 같다. 결혼식이 있던 1분기에는 거의 정신이 없었기에 결혼 외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기억이 잘 나지 않을 정도다...
결혼 이후에 삶의 패턴이 많이 바뀌었다. 결혼하기 전에는 약간의 일개미 성격이라 업무 시간 외에도 일을 하는 경우가 많았고 일을 하지 않더라도 기술 관련 책을 읽거나 다양한 영상이나 블로그를 읽는 경우가 많았다. 물론 주말도 예외는 아니었었다. 하지만 결혼을 하고 나서 함께 집에 함께 있는 시간이 많다 보니, 나의 평상시 습관을 많이 바꿀 수밖에 없었다. 되도록이면 저녁시간 이후로는 아내와 시간을 보내려고 노력하고 주말에도 특별히 업무 관련된 것은 되도록 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기존에 업무 관련으로 쏟았던 절대적인 시간이 부족해지다 보니 괜히 초조한 마음이 생기기 시작했었다. '내가 주변 동료보다 뒤처지면 어쩌지?'라는 생각이 조금씩 들기 시작했다.

# 번아웃

2022년 상반기, 대략 6개월 가량 번아웃에 빠져 있었다. 성장에 있어서 정체되어 있는 느낌이 들면서 번아웃이 찾아왔다. 업무가 내게 큰 도움이 되지 않는 듯했고 매일의 하루가 재미가 없었다. 함께 일하는 동료가 마음에 안 들기 시작했고 불평불만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리더에게 번아웃 초기에 이런 마음들을 솔직하게 털어놓을 수 있었더라면 6개월이나 긴 시간 동안 번아웃이 지속되지 않았을 텐데 그럴 수 없었다. 리더가 개인적인 이유로 7개월가량 휴직 상태이었기 때문이었다. 번아웃을 겪는 동안 이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들을 했었다.

1. 번아웃 / 성장에 관한 다양한 영상을 보기

Youtube를 통해 번아웃과 엔지니어의 성장에 관한 다양한 영상을 보았다. 나의 새로운 동기부여를 찾기 위해 보는 것이 아닌, 나의 번아웃이 왜 생겼는지 알 수 있는 것에 목적을 두고 보았다. 당시에는 내가 왜 번아웃이 왔는지를 잘 알 수 있다면, 번아웃을 극복하는 것을 넘어서 다음에도 번아웃이 찾아오기 전에 미리 예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당시에 여러 번 반복해서 봤던 영상들을 공유하겠다. 이전에 작성한 R.A.M.P 을 이용한 내적 동기부여 찾기 글도 있으니 읽어보면 좋겠다

2. 회사의 리더십들과 1:1하기

CTO분이 개인적이 사유로 장기간 휴직상태였다. 그래서 나의 번아웃 상태를 두고 말할 수 있는 상대가 회사 내에 없다고 생각했었다. 아무래도 그때 당시에는 CEO를 포함한 다른 C-Level분들은 엔지니어인 나의 번아웃을 잘 공감하기 어렵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지금 생각해 보면 당시에 좀 더 일찍 1:1을 했었더라면 더 빨리 극복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나의 실수였다.
회사의 리더십팀인 CEO와 COO와 나의 번아웃에 대해 1:1을 통해 솔직하게 나눴다. 나뿐만이 아니라 최근에 CEO와 COO 분도 번아웃을 경험했던 것을 1:1을 통해 알게 되었다. 그렇기에 비교적 최근에 겪었던 번아웃을 각자가 어떻게 해결했는지 1:1을 통해 나누게 되었는데 그것이 나에게 큰 도움이 되었다. 나도 비슷한 방법으로 일하는 환경이나 루틴들을 바꿔보기도 하면서 여러 시도들을 해볼 수 있었다. 당시에 받았던 1:1 내용들 몇 가지를 나의 미래의 번아웃 예방을 위해 적어보려고 한다.

번아웃은 '내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상태'와 '현실의 상태'간의 괴리가 지속될 때 생길 수 있음. 그러므로
1. 내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상태가 무엇인지 (개인적인 측면과 일적인 측면 모두)
2. 현 상태는 어떠해서 괴리가 있는지
에 대해서 정의하는 것이 첫 발걸음이다.
그 다음 내가 통제할 수 있는 것과 통제할 수 없는 것을 구분하고 통제할 수 있는 거의 해결에 집중하며, 통제할 수 없는 것에 대해서는 마음의 여유를 갖고 받아들이는 것이다.

이 과정을 평소에 자주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다음과 같이 한다.
1. [매주] 주간 회고: 개인 Notion으로 주말에 작성. 지난 한 주 나의 기분 상태, 내가 잘한 점, 더 발전할 점, 다음 주 나의 핵심과제 1가지를 결정. 이를 위한 주간 계획을 세우며 시간을 미리 확보.
2. [수시] 기분이 조금이라도 좋지 않을 때 일기 쓰기: 왜 기분이 안 좋은지에 대한 나의 생각을 적어요. 때로는 스스로의 솔루션이 떠오르지 않아도, 쓰는 것만으로 해소되는 경우도 많죠.
나의 현재 역할 또는 도달하고 싶은 역할에서 필요한 역량이 무엇인지, 현재 나의 수준은 어떤지를 나름 정의하는 것에서 시작할 수 있다. 각 역량을 어떻게 성장시킬 것인가가 중요한데, 나의 경우에는 "나만의 자문 위원회"를 구성한다.
CEO도 하나의 역할이고, CEO를 최고 수준으로 잘 해내기 위해서는 10가지 역량이 필요하다고 했을 때, 펀딩 / 전략 수립 / 설득 / 재무 / 법률 등이 있을 것. 각각에 대해서 가장 효율적인 학습 방법을 설정한다. 어떤 역량은 혼자 하는 공부일 수도 있고, 어떤 역량은 사람을 통해서 배우는 게 가장 정확하고 빠른 방법일 수 있다. 예를 들어 '기술적인 이해'라고 하면 CTO를 찾아가서 물어보는 것이다.
1. 번아웃은 초기에 잡지 않으면 무척 힘들어지는 것 같다
2. 초기에 잡는다는 것은?
- 일단 인지해야함. '아... 이게 번아웃일 수 있겠구나'
3. 인지를 했다라면 자신의 에너지 레벨을 과신하지 않고 주변 사람(아내, 친구, 가까운 동료 등)에게 쏟아내야 한다. (정말 진솔한 이야기를 할 것이라 가까울수록 좋다)
4. 쏟아내면 유경험자가 공감과 방법을 알려주는 경우가 많더라
- 나보다 더 심한 번아웃을 겪고 있는 친구(내가 겪는 어려움이 너무 작아 보이게 됨)
- (성당 다니는) 친구는 매일 아침 새벽에 사무실에 출근해서 큰소리로 기도함
- 6분씩 매일 책을 읽는다(https://www.fnnews.com/ampNews/201712211616591387)
- 더 심한 친구는 상담을 받기도 하더라.
5. 이를 통해 나만의 방법을 찾아야 한다
- 나의 경우, 매일 일을 시작할 때 컴퓨터부터 여는 버릇을 없앰. 다이어리를 사서 매일 할 일을 적음. 그리고 마음의 준비가 되면 컴퓨터를 켜고 업무 시작
- 마음이 조금 복잡하려고 하면 바로 전자책을 켜고 책을 10분 정도 읽음

실제로 위에 있는 내용 외에 많은 이야기들이 있었고, 피드백받는 내용 중에 많은 부분 실천해서 내 삶에 적용해보기도 하였다. 실제로 도움 되는 부분들이 많았고 나의 복잡한 마음을 많이 개선할 수 있었다.

# 성장

번아웃이 어느 정도 없어지고 있을 무렵, 2022년 하반기에는 성장에 대해 많은 고민과 노력을 하였다. '엔지니어의 성장은 무엇일까?'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고 어떤 역량들을 성장해야 할지 고민들을 많이 했던 것 같다. 그리고 리더는 어떤 역량과 역할을 갖춰야 되는지도 학습하게 되었다. Youtube EO에 나왔던 한기용 님이 주최하는 리더십 성장 세션도 참여하게 되어. 약 5~6주 정도 되는 세미나를 듣기도 하였다. 해당 세미나(참고, 지금은 프로그래머스에서 강의로 볼 수 있다)를 통해 다양한 분야에서 리더로, 대표로 일하시는 분들과 오프라인에서 성장과 리더에 대한 주제로 다양한 이야기를 할 수 있었다. 책도 여러 권 읽었다. '스크럽과 XP', '구글 엔지니어는 이렇게 일한다', '개발 7년차, 매니저 1일차', '테크니컬 리더', '피플웨어', '원씽', ' 등. 엔지니어의 성장 방향에 대해 고민을 하다가 Engineering Ladders라는 것을 알게 관련해서 글로 정리해보았었다. 지금은 어떻게 성장해야 될지 갈피를 어느 정도 잡은 상태이고 해당 목적지를 향해 올라가는 일만 남은 것 같다. 그 과정이 매우 괴롭고 힘들다는 것을 요즘 많이 느끼고 있는데, 그래도 내가 성장해야 하는 방향성임을 알기에 계속해서 노력할 것이다.

# 팀 플레이

내가 성장해야 할 많은 역량 중에 하나로 '팀 플레이'가 있다. 이전에는 내가 슈퍼스타가 되고 내가 돋보이기 위해서 많은 노력들을 했던 것 같다. 스타트업에서 많이들 조직을 스포츠팀에 비유를 한다. 그 이유가 무엇일지 생각해 보면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그중 하나로 팀 원들이 하나의 공동된 목표를 이루기 위해 스프린트 하기 때문일 것이다. 스포츠에선 공동된 목표는 높은 점수이자 승리이고 조직에선 OKR이나 KPI와 같은 조직 목표일 것이다. 그럼 스포츠에서 높은 점수를 얻기 위해 무엇이 가장 중요할까? 아마 많은 사람들이 조직력, 팀워크를 이야기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한 명 한 명의 기량도 중요할 것이다. 하지만 그 기량도 팀워크가 충분히 되는 경우 발휘가 되기도 하고, 팀워크가 좋은 팀이 슈퍼스타를 보유한 팀을 이기는 경기도 많다. 이렇듯 조직도 동일하다는 것을 최근에 깊게 공감하게 되었던 것 같다. 나는 그동안 내가 팀 내 슈퍼스타가 되면서 빛나길 원했던 것 같다. 하지만 이를 버리고 나보다는 우리 팀의 조직력과 팀워크를 위해 헌신할 수 있는 리더가 되기를 노력할 것이다. 관련해서는 '팀워크의 부활'이라는 책을 통해 영감을 많이 받았는데, 한 번씩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

마무리

#결혼, #번아웃, #성장, #팀 플레이 4가지의 키워드로 지난 1년을 정리해 보았다. 이 외에도 Hiring Manager의 역할을 하면서 있었던 일들이나 연봉협상을 하면서 겪었던 생각들 등, 생각나는 이벤트들이 더 많았지만 다음 1년을 위해 꼭 필요한 것들만 거르다 보니 이렇게 4가지의 키워드가 나오게 되었다. 앞으로의 1년은 이 4가지의 키워드가 디딤돌이 되어서 더 성장하고 재밌는 한 해가 되길 소망해 본다.